전세 계약 전 보증금 지키는 법, 근저당·깡통전세 3분 자가진단
전세 계약에서 가장 무서운 순간은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때가 아니라, 2년 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때입니다. 그런데 이런 사고의 상당수는 계약 전에 서류 몇 장만 제대로 봤어도 걸러낼 수 있었던 경우입니다.
보증금을 지키는 원리는 의외로 단순합니다. 내 보증금보다 앞선 빚이 얼마나 있는지, 집이 경매로 넘어가도 그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를 계약 전에 확인하는 것입니다. 아래 순서대로 3분만 점검하면 위험한 집을 대부분 피할 수 있습니다.
보증금 사고는 결국 '순위 싸움'입니다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 낙찰 대금은 순위대로 나눠 갑니다. 이 순위에서 내가 앞에 서 있어야 보증금을 온전히 돌려받습니다.
세입자가 순위를 확보하는 장치가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입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주택을 실제로 넘겨받아 살면서 전입신고를 마치면 대항력이 생기고, 여기에 확정일자까지 받으면 후순위 채권자보다 먼저 배당받는 우선변제권이 생깁니다.
문제는 이 대항력이 전입신고를 한 바로 그날이 아니라 다음 날 0시에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참고. 대항력은 전입신고 다음 날 0시에 생기지만, 근저당은 접수 당일 효력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사하는 날 집주인이 그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으면 은행이 나보다 앞순위가 되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잔금 치르는 날 등기부를 한 번 더 떼어 보고, "잔금일 다음 날까지 근저당 등 권리 설정을 하지 않는다"는 특약을 계약서에 넣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등기부부터 뗍니다: 나보다 앞선 빚 확인
가장 먼저 볼 서류는 등기부등본입니다. 여기서 두 가지를 확인합니다.
첫째, 등기부상 소유자와 계약 상대방(임대인)이 같은 사람인지 봅니다. 대리인이나 사칭이 소유자 행세를 하는 계약을 걸러내는 기본 단계입니다.
둘째, 을구에 잡힌 근저당권과 가압류 같은 선순위 채권을 확인합니다. 여기서 눈에 보이는 숫자는 실제 빌린 돈이 아니라 채권최고액입니다. 은행은 보통 실제 대출액의 110~120%를 채권최고액으로 설정하므로, 이 금액을 앞선 빚으로 잡고 계산해야 안전합니다.
깡통전세를 거르는 전세가율 공식
깡통전세란 집을 팔아도 대출과 보증금을 다 갚지 못하는 집을 말합니다. 판별 기준은 전세가율, 즉 매매 시세 대비 전세보증금의 비율입니다.
통상 전세가율이 80%를 넘으면 위험 신호로 봅니다. 여기에 선순위 근저당까지 있다면 근저당 채권최고액과 내 보증금을 더한 금액이 시세의 70~80% 안에 들어오는지를 따져야 합니다. 이 합이 시세에 육박하면, 집이 경매로 넘어갔을 때 보증금을 온전히 건지기 어렵습니다.
예시. 시세 3억 원인 집에 근저당 채권최고액 1억 2,000만 원이 잡혀 있고, 여기에 전세 2억 원으로 들어간다고 해보겠습니다. 선순위 근저당 1억 2,000만 원과 내 보증금 2억 원을 더하면 3억 2,000만 원으로 이미 시세를 넘어섭니다. 이 집이 경매로 넘어가 시세의 80%인 2억 4,000만 원에 낙찰되면, 앞순위 근저당 1억 2,000만 원이 먼저 빠지고 남는 1억 2,000만 원만 내 몫이 됩니다. 보증금 2억 원 중 8,000만 원을 떼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인 갭입니다. 갭이 작다는 것은 전세가가 매매가에 육박한다는 뜻이고, 그만큼 집주인이 자기 돈을 거의 넣지 않고 세입자 보증금으로 집을 산 상태라는 의미입니다. 자기자본이 얇으니 집값이 조금만 떨어져도 보증금을 돌려줄 여력이 사라집니다.
예시. 매매가 3억 원인 집에 전세가 2억 8,000만 원이라면, 집주인은 2,000만 원 남짓만 들이고 그 집을 가진 셈입니다. 전세가율은 약 93%로 이미 깡통 경고선을 넘습니다. 반대로 매매가 10억 원에 전세가 2억 원이라면 갭이 8억 원이라, 집주인이 그만큼의 자기자본이나 대출을 감당하고 있어 반환 여력 관점에서는 훨씬 안정적입니다.
한편 시세보다 터무니없이 싼 전세가는 자기자본과는 무관한 별개의 경고 신호입니다. 주변보다 눈에 띄게 싼 전세는 세입자를 빨리 끌어들이려는 미끼이거나, 신탁 등기나 이중계약 같은 함정이 숨어 있는 경우가 있어 매물 자체를 의심해 봐야 합니다.
HUG 보증, 가입되는 집인지부터 봅니다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은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때 보증기관이 대신 돌려주는 안전장치입니다. 그런데 이 보증에 가입할 수 있는 집인지 자체가 하나의 위험 필터가 됩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공시가격의 140%를 주택가격으로 보고, 여기에 담보인정비율 90%를 적용합니다. 결과적으로 전세보증금이 공시가격의 126% 이내일 때만 가입할 수 있습니다. 2023년 5월부터 강화된 기준입니다.
보증한도는 수도권 7억 원, 그 밖의 지역 5억 원입니다. 가입은 전입신고와 확정일자, 실거주를 갖춘 상태에서 계약 기간의 2분의 1이 지나기 전에 신청해야 합니다. 보증 가입이 거절되는 집이라면 그 자체로 위험 신호이므로 계약을 다시 생각해 보는 편이 좋습니다.
참고. 임대인의 세금 체납도 확인해야 합니다. 집주인이 체납한 국세는 세입자의 확정일자보다 앞서 배당받을 수 있어(국세기본법), 등기부에 근저당이 없어도 보증금이 밀릴 수 있습니다. 계약 전 임대인 동의를 받아 미납 국세를 열람하거나, 계약 후 임대인 동의 없이도 열람할 수 있는 제도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소액이라면 최우선변제라는 최소 안전판
보증금이 일정액 이하인 소액임차인은, 확정일자 순위와 상관없이 일정 금액을 다른 채권자보다 먼저 돌려받습니다. 이것이 최우선변제입니다. 2023년 2월 21일 개정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 지역 | 소액임차인 보증금 상한 | 최우선변제 금액 |
|---|---|---|
| 서울특별시 | 1억 6,500만 원 | 5,500만 원 |
|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세종·용인·화성·김포 | 1억 4,500만 원 | 4,800만 원 |
| 광역시, 안산·광주·파주·이천·평택 | 8,500만 원 | 2,800만 원 |
| 그 밖의 지역 | 7,500만 원 | 2,500만 원 |
주의할 점이 두 가지 있습니다. 최우선변제 금액이 낙찰가(주택가액)의 2분의 1을 넘으면 그 절반까지만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이 기준을 넘는 보증금이라면 최우선변제 대상이 아니므로, 소액이 아닌 경우에는 앞서 본 순위 확보와 보증 가입이 훨씬 중요합니다.
계약 전 3분 자가진단
지금까지 내용을 실제 매물에 적용해 볼 차례입니다. 전세 안전 체크리스트에 서류 확인, 가격 안전성, 보호 장치, 계약 조건 항목을 하나씩 체크하면 안전·주의·위험으로 결과가 나옵니다. 위에서 설명한 근저당 확인, 전세가율 80%, 세금 체납, 잔금일 특약이 모두 항목으로 들어 있습니다.
전세를 반전세나 월세로 돌리자는 제안을 받았다면, 제시받은 월세가 적정한지부터 따져 봐야 합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전월세 전환율 상한이 정해져 있어서, 전월세 전환 계산기로 법정 한도 안의 금액인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상한을 넘는 월세라면 그 자체가 협상의 근거가 됩니다.
전세와 월세 중 어느 쪽이 유리한지 총비용으로 비교하고 싶다면 전세 vs 월세 완벽 비교 글을 함께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마무리
보증금을 지키는 핵심은 화려한 지식이 아니라 순서를 지키는 것입니다. 등기부로 앞선 빚을 확인하고, 전세가율로 깡통 여부를 걸러내고, 보증 가입이 되는 집인지 본 다음,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로 순위를 잡는 것까지가 한 세트입니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에 전세 안전 체크리스트로 한 번 점검해 두면, 2년 뒤 마음고생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참고로 위 예시와 기준은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실제 물건의 권리관계나 금융기관·법률 상담 결과와는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계약은 등기부등본 원본과 전문가 확인을 함께 거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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